RTX 5090 그래픽카드, 왜 859만원까지 올랐을까?

RTX 5090 그래픽카드, 왜 859만원까지 올랐을까?

최근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카드 RTX 5090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도 “품절” 표시가 줄을 잇고 있으며, 가까스로 물량을 확보한 제품은 정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래픽카드사진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의 실종 사태

엔비디아가 올해 초 발표한 RTX 50 시리즈는 고성능 게이밍과 인공지능(AI) 연산을 위한 최신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가에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1. TSMC 생산 스케줄 포화: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생산을 담당하는 대만 TSMC가 AI 관련 GPU 생산에 주력하면서 게임용 GPU의 생산량이 제한되었다. 애플, 퀄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기면서, 엔비디아의 생산라인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 중국 보따리상들의 대량 사재기: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내에서 AI 학습용 GPU 확보가 어려워지자, 중국 구매자들이 한국에서 그래픽카드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GPU는 AI 가속기용 제품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기본적인 AI 학습에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국내 유통업체들의 가격 조작 가능성: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은 국내 유통업체들의 매점매석 및 가격 조정 전략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며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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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폭등의 숨겨진 이유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복잡한 유통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GPU를 생산한 후 대만의 ASUS, MSI, 기가바이트 같은 제조사에 공급하며, 이들은 자체적인 설계를 거쳐 완제품을 만들어낸다. 이후 국내에서는 대원씨티에스, 제이씨현시스템 등의 수입사를 거쳐 총판, 대리점,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4~5단계 유통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통업체들이 물량을 제한하며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불과 며칠 만에 가격이 150만 원 이상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수입사들은 도매상이 가격을 조정한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은 보다 투명한 유통 구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유통 구조

단계 가격
엔비디아 (개발사) 369만9000원
대만 제조사 (기가바이트 등) 약 400만원
국내 수입사 (제이씨현시스템, 대원씨티에스 등) 약 500만원
총판 (국내 도매상) 약 600만원
대리점 (소매상, 판매점) 약 700만원
소비자 859만9000원

한국 시장에서 유독 심한 품귀 현상

그래픽카드 공급 부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온라인몰에서는 RTX 5090이 3,405달러(약 498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같은 제품이 85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미국보다 72.7%나 높은 가격이다.특히 용산 전자상가에서는 수입사들이 두 차례에 걸쳐 총판 공급 가격을 400만 원대에서 500만 원대로 올리면서 연쇄적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총판은 600만 원대에 대리점에 판매하고, 대리점은 700~800만 원대 가격을 책정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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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따리상의 영향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은 중국 보따리상들의 대량 구매다. 미국의 GPU 수출 규제 이후, 중국에서 고성능 GPU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한국 시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일부 중국 구매자들은 그래픽카드를 구매한 후 GPU만 떼어내어 AI 연산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은 정작 필요한 그래픽카드를 제때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해결책은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언제쯤 물량 부족이 해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엔비디아가 조만간 보급형 모델인 RTX 5060과 5070을 출시할 예정이라, 일부 수요 분산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AMD의 신형 그래픽카드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조금이나마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유통망 조사 및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가격 담합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공정한 가격 책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그래픽카드 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유통 구조의 투명성이 개선되고, 제조사의 생산량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리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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